시작하며
엔지니어나 개발자나 같은 현실을 공유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엔지니어다 보니 이 입장에서 한 번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글은 2009년 8월에 처음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엔지니어를 한다는 것
IT 업계의 선배들이 노트북을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이 참 멋있게 보이던 시절. 한 회사에서 System Engineer라는 타이틀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IT 버블과 IMF로 인해 초보 엔지니어가 처리해야 할 일의 양은 절대적으로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힘든 일은 좀 쉴만하면 찾아오는 BMT (BenchMark Test)에 참가하는 것이였습니다. BMT는 통신사에서 대량으로 장비를 구매하기 전에 제품들이 자신들의 기준에 충족하는 지를 확인하는 테스트로 한달이상 진행됩니다. 엔지니어는 밤잠을 설치면서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폭풍 성장을 합니다. 이런 BMT를 몇 번 거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중급 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개인의 사생활과 맞바꾼 결과입니다.


중급 엔지니어의 반열에 오르자 더이상 노트북을 들고 일하는 것이 멋있다는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목수에게 밥벌이 수단이 망치이듯이 IT 엔지니어에겐 노트북이 망치가 되었습니다. 한 때 개인 PC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OS를 설치한 후 원하는 프로그램과 게임을 마음껏 돌리던 젊은이는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노트북에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도 어려워하게 되었습니다. 노트북에 문제가 발생하면 혼자 처리하지 않고 관리자에게 전화합니다. "메일이 않되요?” “인터넷 연결이 않되네요?” 라고 말입니다. “좋은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항상 연장을 탓하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절대적인 업무량이 많아 작은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업무에 관련되지 않은 일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중급 엔지니어는  BMT, 장비 설치, Project Management, 신입 사원 교육, 신 기술 습득 및 적용 등 가장 많은 일을 합니다.  IT 분야가 급성장을 하면서 중급 엔지니어가 되면 대부분의 일을 혼자 처리할 수 있도록 성장했습니다. 


중급 엔지니어 다음에는 무엇인가?
처음 엔지니어를 시작하던 2000년 초반에 IT 기업의 엔지니어가  35살 정도되면 SE Manager가 되거나 영업사원이 되었습니다. 간혹 컨설턴트나 아키택트라는 역할을 하지만, 장비에 콘솔을 연결하는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SE 매니저나 컨설턴트가 되면, 제일 먼저 기술에서 손을 놓고 3-4년이 지나면 기술 트랜드에서 멀어지고 명령어도 잊습니다.




중급 엔지니어에게 SE Manager, Sales, Consultant 라는 타이틀로 갈아 탈수 있는 길이 존재하였지만, 고급 엔지니어라는 타이틀이 없었으며, 고급 엔지니어에 대한 관리체계도 없었습니다. 단지 승진하지 못한 나이 많은 엔지니어일 뿐이였습니다.


고급엔지니어에 대한 정의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의 생각에 고급엔지니어는 기술력은 기본이고 다양한 경험과 오랜 시간이 축적된 엔지니어로 나이가 많은 배테랑입니다. 기업들은 IT 고급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엔지니어들조차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IT의 급성장으로 엔지니어는 계속 증가하였지만, IT 업계에서는 기술을 아는 엔지니어들이 갈 수 있는 길들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경험을 갖춘 중급 엔지니어들은 서로에게 “세일즈는 언제부터 할꺼야?” 또는 “매니저가 될 준비는 언제부터 할거야?” 라는 질문을 합니다. 선배 엔지니어들은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기술 공부와 현장 경험도 중요해", "BMT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봐 그래야 고급 엔지니어가 될수 있어”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선배 엔지니어들은 넋두리처럼 “이제는 기술을 못 쫓아가겠어, 내년에는 세일즈로 옮겨야지” 라는 말을 합니다. 


시스템 엔지니어는 IT를 시작하기에 좋은 과정일 뿐이며, SE 매니저나 영업사원이 되어야 할까요? IT는 기술을 모르면 영업도 할 수 없기에 이런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생각해봅시다. 엔지니어로써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매니저로써 능력을 인정받는 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것입니다. 엔지니어가 영업을 한다는 것은 완전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것입니다. 


중급 엔지니어에게 다음 커리어패쓰는 어디인가요? 컨설턴트로 옮기는 것이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까요? 


필자가 배테랑 엔지니어를 만났을 때
필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생각을 하다 생각의 변화를 일으킨 계기가 있었습니다. 초보 엔지니어 시절, 외국에서 엔지니어가 투입되어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하얀머리에 약간의 주름이 있는 얼굴로 약 50세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엔지니어였으며, X.25 시절부터 거쳐 Frame Realy,  TCP/IP를 지나 VoIP까지 두루 기술적 변화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지난 20년간의 기술이 변화가 머리와 몸에 배여 있었습니다. 문제에 접근 방식은 느리지만 완벽하였습니다. 그와 필자는 20년이라는 절대적으로 넘을 수 없는 엄청난 경험의 차이가 존재하였습니다. 


중급엔지니어에서 고급엔지니어로 가는 새로운 길을 보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가끔 주위 분들에게 이야기하면 선배와 동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너는 꼭 그렇게 해라, 할수 있을거야”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데 우리 나라의 환경이 많이 바뀔 것입니다.”

선배들은 한국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전제하였고, 매년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을 쫓아갈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20년 이상의 베테랑 엔지니어가 없다는 것 
2009년 현재에도 우리나라 IT 분야에는 경력 20년 이상의 배테랑 엔지니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한 때 IT를 주름잡던 많은 분들은 SE 매니저를 하시거나, 세일즈로 옮기셔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BMT 나 Project Manager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만, 여전히 중급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라면, 컨설턴트직이 많이 활성화되어 많은 IT 기업에서 별도의 조직으로 관리하며, 고급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엔지니어에게 경험과 기술력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20년 이상의 베테랑 엔지니어가 거의 없습니까? 컨설턴트, SE 매니저들 중에 20년 이상씩 경력이 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대부분 장비와 멀어져 있고, 신기술 등에 대한 이해나 대응이 떨어지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과도한 인력관리 및 고객 관리 업무로 인해 자연스럽게 기술지고 있습니다. 


조금씩 변화하는 엔지니어들의 환경과 미래예측
필자의 주위에 마흔을 넘긴 엔진이어와 컨설턴트 분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 분들은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기술의 역사를 알려주시고 최신 트랜드를 이야기하며, 자기 분야에서 권위있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아주 작은 변화입니다. 앞으로의 10년은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업무가 더욱더 전문화될 것이며 엔지니어들의 매니저는 기술력과 경험으로 엔지니어들을 이끄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20년 이상된 베테랑 엔지니어가 많아지리라 기대합니다.  

간혹 세일즈분들이 가끔 X.25 시절을 추억하며, 초기 모뎀 시절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베테랑 엔지니어에게서 듣고 싶습니다. 저도 VoIP 초창기 시절에 에피소드를 후배 엔진어들에게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20년 이상된 베테랑 엔지니어 가운 데 한 명이 되고 싶습니다.


마치며
베테랑 엔지니어로써의 길이 앞으로의 10년에는 생기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꼭 사람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에게만 이사 나 상무 직함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베테랑 엔지니어에게도 이런 직함이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몇몇 기업에서는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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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라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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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인하트 2009.08.17 1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에서는 "세일즈는 사람 장사를 하고, 엔진이어는 물건을 판매한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것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업을 위해 베테랑 엔진이어의 중요성이 더욱 더 부각되는 시기가 도래하리라 생각합니다.

    간만에 공감 한표에 힘을 얻습니다. ^^

  2. Favicon of http://www.nexpert.net BlogIcon 솔민아빠 2009.08.17 14: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라이하트님의 의견에 백배 공감합니다.

    기술적으로 너무나 답답할 정도로 뒤쳐져 있는 세일즈맨의 대부분은 우리의 과거와 비슷하게도 열정적인 엔지니어인 시절이 있었던 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앞으로 계속하여 career path를 engineer로 가져가고 싶으신분들은, 현재의 세일즈맨처럼 나중에 후배 엔지니어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분발을 해야합니다.
    10년후의 미래는 자연스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구요. 각자가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저도 사실 압니다. 끝까지 엔지니어의 길을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또한 세일즈나 매니저로 전향하는 것 또한 얼마나 어려운지요..
    어찌보면 엔지니어의 모순이자 진퇴양난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3. Favicon of http://blog.naver.com/huchi624 BlogIcon cylee 2009.08.18 1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스템 엔지니어나 개발자나 마찬가지군요-

    진로를 결정하려는 학생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글이네요-

    그리고, 글을 퍼갔는데, 괜찮은가요?
    문제 있으면 삭제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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